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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5-20 01:46
진이를 그리며...
 글쓴이 : 진이엄마
조회 :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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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를 그리며
 

2007년 12월 24일  남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즐거움에 들떠 있을때,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야할 곳이라며 조금 일찍 갔다오는 것이 나을거라는 엄마의 성화에 지원입대를 했지, 무엇이 그리도 좋은 곳이라고 등을 떠밀었는지, 엄마의 찢어지는 고통과 후회와  이 죄를  무엇으로 너에게 속죄해야 할지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차가운 칼바람이 귓전을 때리는 한겨울 논산 훈련소, 흐르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돌려 눈물 훔치고 있을때, 힘들어도 참고 열심히 훈련받을 거라고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며 씩씩하게 뛰어가던 네 뒷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서로 마음 나눌수 있는 동기들이 있어  힘들면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지낸다고, 좋은 추억으로 고스란히 가지고 갈거라고, 이 정도는 충분히 견뎌낼수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깨알같은 필체로 엄마의 걱정을 들어주던 너였는데, 5주 훈련 무사히 마쳤다고, 귓가에 들려오는 자랑스런 너의 목소리 듣고 왈칵 눈물이 쏟아져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끊어버린 전화가 못내 아쉬워 한참을 들고 놓지를 못했었는데...

 

하필이면 특전사에 배치되어, 낙하산 타는게 무섭다고 잘할수 있을지 겁이난다고, 떨리는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잘할수 있을거라 용기 주었더니, 낙오하지 않고 무사히 훈련 마치고 내무반에 입소 한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모습이 어저께 같기만 한데 넌 어디로 꼭꼭 숨었는지 엄마가 찾을수가 없구나???

눈으로 얼굴 보기전에 안심할수 없어 면회를 갔더니 어디서 빌려입고 왔는지 소매 자락이 짧아 덩그러니 나온 손목이 시려 덜덜 떨던 모습,  뛰어오는 네 모습에 너무도 반가워 덥썩 끌어안고 눈가에 맺힌 눈물 감추려 한참을 있었지, 통통하게 살이찐 모습을 보며 그래도 안심하고 돌아서 왔는데, 그렇게 힘들어하며 적응하지 못하고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백일 휴가때, 이만큼 키워줘서 고맙다고 먼지 묻은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아빠에게 한번만 안아보자고 덥석 끌어안던 그 모습, "엄마 아빠 사랑해, 키워줘서 고맙다"고 빙긋이 웃으며 하던말이 이렇게 기억속에 생생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남아, 얼마나 나를 괴롭히는지 그저 미안하고 엄마도 따라서 죽고만  싶다.

아무런 내색도 하지않고 있다가, 복귀하는날 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휴가나가서 자살을 하던지 탈영를 하던지 복귀하지 말라"고 선임이 시켰다며, 죽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때 하늘이 무너지는줄 알았다.

제대하면 괴롭힌 선임들 다 죽일거라고 주소, 전화번호까지 외우고 다니는 널 보면서도, 권력있고 빽있는 사람 하나도 알지못하는

엄마의 무능력으로 그렇게 힘들어 하며 죽음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는 널 보면서도 잡아주지 못했다.

 

착해서 남에게 싫은소리도 못하고, 혼자서 그 고통 감당하며 지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명도 아니고 여러명이서 점호시간마다 세워놓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끝없는 잔소리, 잘못된 일은 모두가 니 책임이라며 한마디씩 하는 언어폭력으로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해,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고 울면서 얘기할때, 엄마가 해 줄수 있는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간부들 장교들에게 머리 조아리며 잘 부탁한다는 말 밖에 할수 있는 일이 없었다.

네가 처해있는 현실을 알리고 도움도 요청하고, 터질듯한 가슴 부여잡고 변해가는 너를 집으로 데려가려 노력했지만, 누구하나 말로만 알았다며 조치하고 있다고만 할뿐, 제대로 이야기 들어주고 도움주는이 없고 모두들 등한시하고, 자해 행동을 몇번씩이나 하는 너를 보면, 분명히 현역복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면서 제도(정해진 법규) 타령만 하고, 치료목적으로 보낸 대전 국군통합병원이 그런 곳인줄 몰랐다.

 

부대에서 나를 버렸다며 울먹이는 너를, 전문의에게 상담하고 마음속 맺힌 엉어리와 두려움, 사람에 대한 불신들을 대화로 풀어가며 치료를 하면 나을것이라 설득하여 내 손으로 동의서를 써서 입원 시켰는데, 그렇게 사지억제 당해가며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을줄은 몰랐다.  '진아 미안해, 용서해줘'  너를 위한다는게 결국은 상처만 더 커져서 죽음으로 이어지게 한것 같아서, '미안해 엄마가 죄인이야 용서해줘!'

"네가 죽으면 엄마도 따라서 죽는다"고 했던 약속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어, 언젠가는 널 만나러 갈게,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것 같다. 사람이 살아있다고 꼭 즐거운 것도 아니고, 죽는다고 해서 반드시 고통스러운것도 아닐거라는 생각이 자꾸든다.

가슴속에 담아둔 너의 편지글 읽으며 세상이 이렇게 원망스러울수가 없었다.

그렇게 도움달라고 요청했는데 모두가 방치했다니, 빨리 집으로 보내줬다면 이런 한은 남기지 않았을텐데......

'미래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보며, 살아보려고 얼마나 스스로 노력했는지 알겠구나.

"혼자서는 안죽는다 날 이렇게 만든 선임 2명 이상은 데리고 간다"고 하더니, 그 외로운 길 왜 혼자서 갔니???

 

눈과 코, 입에서 흘러내린 선혈들과 시퍼렇게 번진 멍자국들, 벌써 딱딱하게 굳어가며 누워있는 그 모습, 얼마나 한이 남아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하고 멀거니 엄마를 바라보고 있는 그 눈동자를 들여다 보는 순간 머리속이 하얗게 변했다.

"아냐! 아니야 우리 진이 아니야 일어나 엄마랑 집에가자"고 큰소리 질렀는데 꺼이꺼이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턱턱 숨이 막혀 , 부둥켜안고 놓지를 못했다. 그것이 마지막 이라니...

도저히 믿을수 없었다, 엄마의 죄인것 같아서,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제발 좀 살려줘"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 내가 잡아주지 못햇는데,  난 이렇게 살아 숨쉬고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진아 제발 엄마좀 데려가!!!'

 

조금만 관심있게 마음열어 줬으면 그렇게 일찍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불과 20년을 살다가 간 우리아들, 그곳에선 괴롭히는 사람없이 하고 싶은일 마음껏하며,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거라 스스로 마음다지며 믿고 또 믿어본다.

 

힘겹게 지탱하다 마지막 끈을 놓아버린 그 순간, 스무해의 흔적과 기억들을 되새기며 그렇게 등불처럼 꺼져갔겠지......

세상에 대한 원망과 사람에 대한 불신, 타협할수조차 없었던 현실을 부정하며 너의 삶이 끝이났는데, 도대체 누구에게 이 책임을 물어야 할까?

 

너의 죽음과 동시에 엄마의 삶도 끝이났다, 이제 빈 껍데기만 남아 너의 명예회복이라도 시켜야 눈을 감을수 있을것 같아 하루 하루 힘든삶을 지탱해 간다.

밤마다 손 흔들며 오라고 손짓하는 너를, 남겨진 사진에 빙긋이 미소 짓고 있는 너를 바라보며, 오늘 또 이렇게 하루해를 보내는구나.

 

진아! 보고싶다, 보고싶어. 그리고 사랑한다, 엄마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청년 09-07-0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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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꼭 건강하셔야 훗날 아들도 만날 수 있어요
13-09-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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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너를 따라 가지 못한것이 후회되는구나.
갈수록 삶이 힘겨워진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중간에 끼어 난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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