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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2-11 06:51
군 대신 배 타다 죽은 아들, 병무청은 연락도 없었다
 글쓴이 : 진맘
조회 : 46  
경향신문
군 대신 배 타다 죽은 아들, 병무청은 연락도 없었다
이하늬 기자 입력 2018.12.08.

엄마는 “애들 잘 키웠다”는 말이 제일 듣기 좋았다. 남편과는 아이들이 어릴 때 이혼했다. 식당 일을 하면서 남매를 키웠다. 지난 8월에는 세 사람이 330만원씩 모아 ‘우리 집’을 마련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투룸이다. 엄마는 특히 승선근무예비역으로 근무하고 있는 아들에게 빨리 집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들 얼굴을 못본 지 10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사를 앞두고 며칠 전 식당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정수민씨(24)가 승선근무 도중 사망해 병원에 안치됐다는 소식이었다. 승선근무예비역은 대체복무제의 하나로 기관사·항해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이 배에서 3년을 근무하면 현역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해사고등학교와 해양대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주로 지원한다. 중간에 그만두거나 5년 안에 36개월을 채우지 못하면 현역으로 입대해야 한다.

수민씨는 바다를 좋아했다. 엄마는 여러 선택지 중 해양대로 간 아들이 고마웠다. 저렴한 학비에 숙식이 해결됐다. 군대 대신 배를 타면 월급도 받을 수 있다. 수민씨는 “학교에는 두 부류가 있다. 아빠가 선장이거나 우리처럼 형편이 어려운 애들”이라고 말했다. 내색은 안 했지만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자살방지센터에 다섯 차례 전화

2017년 10월 승선근무를 시작했다. 힘들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당사자인 수민씨도 가족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수민씨 성격이 한몫했다. 그는 힘들거나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는 타입이었다. 하고 싶은 일은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랩을 좋아해 TV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지원하기도 했다.

승선근무를 시작한 지 두 달째 수민씨가 카카오톡으로 “흠… 배 타는 게 안 맞는 거 같수”라고 슬쩍 말을 꺼냈다. 남겨진 메시지에 따르면 수민씨는 상급자의 괴롭힘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민씨는 “짐 싸서 나가라는 등 별소리 다 들어도 참는데 다들 나한테 왜 그러는지. 힘들어유 마미”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카톡 메시지는 점점 과격해졌다. “사람 죽이고 싶은 적 처음이야 엄마. 머리가 터질 거 같아. 그냥 죽여서 바다에 던지면 끝이지? 그럼 무죄지?” “이래서 범죄가 일어나나봐. 사람이 미치겠어. 나가지 마라. 택배도 보내지 마라. 진짜 가족이고 뭐고 다 죽일 거야. 죽이는 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일 듯”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스트레스는 몸에 반응을 일으켰다. 자주 두통에 시달렸다. 잠에 잘 들지 못했고 불쑥불쑥 화가 났다. 지난 5월 수민씨는 스스로 병원을 찾아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다. 자살방지센터에 다섯 차례 전화를 걸었다. 승선근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기를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래도 자살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8월 13일 밤, 수민씨가 당직을 설 차례였다. 목포해경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오후 9시30분께 선장에게 몸이 좋지 않아 당직을 바꿔달라고 한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오전 아침식사 시간에 수민씨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수민씨 방을 찾았다. 수민씨는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동공이 풀려 있었다.

수민씨를 병원으로 데려간 3등기관사는 경찰 진술에서 “진도항으로 이동 중 해경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는데 의식은 없으나 호흡이나 맥박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고, 진도 한국병원에 도착해 응급실에서 응급조치를 하다가 사망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엄마는 차마 숨진 아들을 볼 수 없었다. 외삼촌과 아빠가 시신을 확인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국가의 관리는?

엄마는 수민씨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고 여전히 잘 모른다. 2300톤 유조선의 3등항해사였고 가스탱크에서 냄새가 심했다는 것, 수민씨가 앞장서 보호구 지급을 요청한 것, 2등항해사의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 등 조각들만 알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들이 죽을 때까지 배를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가족들은 수민씨가 산업재해라고 생각한다. 해경은 갑상선기능항진증 관련 사망으로 판단하고 수민씨 사건을 종결했다. 그는 3년 전부터 관련 약을 복용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면역체계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쉽게 피로를 느끼는 게 특징이다. 가족은 업무환경이 질병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대법원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으며,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수차례 판단했다. 최근에는 우울증, 불안장애 등도 산재로 인정되는 추세다.

하지만 엄마는 어디에 아들의 산재를 신청해야 할지 몰랐다. 노동자는 근로복지공단, 군인은 국방부에서 전공상을 심사한다. 하지만 승선근무예비역은 선주상호보험사인 피앤아이(P&I)가 산재 여부를 판단하고 보험금을 지급한다. 선주들이 만든 협동조합으로 이해하면 쉽다. 사망 후 국가의 관리·감독은 전혀 없는 셈이다.

나아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선사와 합의를 해야 한다. 유족에 따르면 합의서에는 보험금을 받을 경우 선사나 선원 등에게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족은 아직 회사와 합의를 하지 않았다. 당연히 보험금 지급도 없었다. “당직근무 중에 머리가 아파 방으로 올라갔고 이후에 애가 죽었어요. 24시간 그 배에 있었다고요. 여기에 무슨 말이 필요하고 합의가 필요해요?”

■승선근무예비역 죽어도 회사는 합격점

수민씨 경우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구민회씨 유족도 같은 상황에 놓였었다. 구씨 유족 측 변호사는 “보험사가 보험금 이야기를 꺼냈고 일괄 면책이 합의 조건이었다. 합의하면 산재, 형사, 민사 모두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유족은 구씨의 죽음에 선원과 선사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합의를 거부하고 형사상 책임을 제기했다.

하지만 선원법 제99조와 제100조는 “선원이 사망하였을 때 선사는 ‘지체 없이’ 유족에게 보상금 및 장제비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재해보상금은 지체 없이 산정해야 하며 ▲보상금이 확정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지급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보상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혔다.

엄마는 아들이 절반은 군인 신분이었던 만큼 병무청의 조치를 기다렸다. 승선근무예비역은 배를 타면 민간인, 배에서 내리면 군인 신분이 된다. 수민씨가 세상을 뜬 지 넉 달이 되어간다. 병무청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선사와 병무청 모두 책임이 있지만 주체가 불분명한 탓에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다.

엄마는 “수민이가 배에서 내리면 군대에 가라고 병무청에서 바로 연락이 왔을 거예요. 하지만 애가 죽었는데 연락이 없어요”라며 “우리 아들은 죽었지만 나는 뭔가가 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죽어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을 거면 차라리 이 제도를 없애버려야 해요. 돈이 뭐가 중요해요”라며 흐느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국회 국방위원회)이 병무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민씨가 소속돼 있던 회사는 지난 10월 16일 관할지방청에서 실시하는 해운업체 종합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수민씨가 사망한 지 두 달 만이다. 유가족은 종합평가 항목에 수민씨의 죽음이 포함이나 돼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건강한 청년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배에서 죽었다. 하지만 병무청은 이 청년이 죽은 배를 보유한 해운업체에 제재를 하지 않고 계속 승선근무예비역을 받을 수 있게 해줬다”며 “이걸 누가 납득하겠나? 병무청이 승선근무예비역 복무감독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병무청장은 승선근무예비역이 사망한 경우 선사의 인원배정 제한 등을 조치할 수 있다. 하지만 구민회씨와 정수민씨가 사망한 직후 지금까지 아무 조치가 없다”며 “적극 나서지 않으면 비극이 반복된다. 병무청은 승선근무예비역 근무실태를 전수조사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민씨가 세상을 뜬 지 4개월이 되어간다. 지난 12월 2일은 수민씨 생일이다. 며칠 전부터 엄마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의사는 불면증이라며 약을 처방해줬지만 아무리 약을 먹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지금이 지옥이 아니라 수민이한테는 그 배가 지옥이었을 거예요. 내가 애를 지옥에 보냈어요. 나는 평생 바다에 안 갈 거야.”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어미 18-12-24 18:04
답변 삭제  
이나라 법은 도대체 누굴위한 것인지 아직도 헷갈린다
땅위에서 군의쳬제하에 있어도 죽은자의 잘못으로 돌리는데
참으로 황당 그 차체
바다위 땅위 그 어디에도 죽음으로 간 아이들의 영혼은 구천을 떠돌고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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