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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0-27 15:10
약속에 반하여....
 글쓴이 : 정재영
조회 :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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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요....무슨 뜻인지 설명 안해도 다들 아실것입니다.

제게는 이 말이 좀 다르게 다가옵니다, 예전에, 몇년전에, 말이 예전이지 그러고 보니 거의 10년이 지났는데 파주에서 사망한 어느 아이의 어머님이 그러시더군요.

"아이의 명예만 회복이 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그때 제가 침통해하시는 그 아이의 두분 부모님께 언제가 되었든 반드시 그 날이 올 것이고, 그 때가 올때가지 어떤일이 있어도 떠나지 않고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이후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여러 상황들이 있었고, 그 때마다 우리 유가족 여러분들이 함께 하며 지금까지 견디어 왔음은 모두 아십니다,  이제는 사고 당시의 참담하고 기약 없던 바램들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때 부대에서 수사결과 설명을 듣고 나오며 유가족들과 헤어질때, 그 어머니가 저를 바라보던 눈빛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기대와 바램이 뒤섞인... 아이는 처음 약속 이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한 과정의 최종단계에 와 있고, 그 결과도 낙관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아들이 명예회복만 된다면 여한이 없을거라던, 어떻게든, 언제가 되었든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며 약속한채 떠났던 그 어머니는 지금 이 세상에 안계시지요.
너무 오래걸렸고, 너무 힘든 길을 돌아와야 했는데, 그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기가 힘드셨던 모양입니다, 늦 봄 어느날 병원에서 퇴원해 귀가하셨는데, 아들이 자랐던 그 방에서 우시다가, 아들과 같은 방법으로 세상과 이별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중단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그날이 오는 것을 맞겠다고 화답했던 저와 그 아이의 아버지만 뻔뻔스럽게 살아있는 모양이 됐습니다, 그래서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제게는 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어느 아이의 어머니, 아들의 사고현장에 가보니 그 원인,동기가 현재의 아이들과는  달랐던지라 사고 후 서너달만에 안장이 되었는데,  당시 우리 아이들은 현충원 안장은 고사하고 자살 딱지조차도  떼지 못하는 참담한 지경이었던지라 제가 더 이상은 관심을 가지지 못했엇습니다.

안장 이후 가끔씩 안부전화를 통해 대화하고 위로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어떤날이던가 함께 현충원에 다녀오자는 말씀을 하셨는데 하필 그날 사고가 있어서 전방부대에 출장하느라 동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사망현장에 가보니 여러 흔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만나보고, 아이의 묘 앞에 새 꽃과 음식을 놓아두신채 한참동안 앉아 우셨던 모양입니다, 그리고는 또 앞의 어머니처럼 아들곁으로 가는 길을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집에서 가져온 끈이었는데, 아마도 무서운 결심을 하고 오셨던듯합니다.
같이 갔었더라면, 그 날 사고만 없었더라면....

이런류의 사고는 이전 이후에도  여러건이 더 있었습니다, 제 중학교 선배부부는 외아들을 잃고 내외가 한 나무에서 등을 보고  함께 매달려 세상과 작별했고, 한 어머니는  아래로 뛰어내려 온몸이 죄다 부서졌습니다.
아이의 사후 여파로 엄마가 죽임을 당한 집도 있었고, 그 집에 홀로 살아남은 중학생 딸래미는 후견인으로 지정한 친지가 국배손이 끝나고는 아이를 돌보지 않아 지금은 어디에서 살아나 있는지 사무처장과 연락조차도 않됩니다.



무언가를 오랫동안 천착해오고,  오로지 한 목표만을 보고 정진해 왔다면 나름의 보람이나 성취감같은 무엇이라도 있어야할 것인데, 어찌 경우가 이렇습니까....않되면 않되어 실망해서 이별하고, 되면 이루어서 허무하고 미련이 없어졌으니 세상과 이별하고....

자식이 죽었을때,  지켜주지 못했음에 남겨졌던 사람들이 얼마나 미안했고, 그 죄책감에 괴로워 했었던지를 잘 알면서 어찌....


우리가 약속했고,  꼭 실천해야 하는 끝장을 본다 함은,  부모가 주신 생명을 명운대로 다하고 자연이치로 합류하는 것까지도 포함이 됩니다, 약속은 지켜야하는 것입니다.



적지 않은 세월동안 겪은 일들이 예사롭지 않으니 생각도, 사고도 조금씩 바뀝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깊이 보고 경계하여 숙고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먹는 것은 맛이 없어도 배고프지 않으면 그런대로 되었다 여기고, 가진 것은 헐벋지 않으면 부끄럽지 않다 여기며 물욕은 버립시다,  죽은 아들 생각해서 술 마시고 이성 잃고 헤롱대지 말고,  한줌 그것 내세워 교만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성찰 부족한 즉물적 사고와 얇삽한 삶을 경험삼아 행동을 가름짖는 고심 없는 노쇠와 무지가 무섭고 가여워집니다.



죽은 아이들보다는 더 많이 살은 나에게 이런 지경이 왔다고 느껴진다면, 그때는 자의적 이별도 아까울 것이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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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14-10-27 16:58
답변 삭제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살아서 무얼하나, 하나둘씩 순직되어 현충원 안장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직 가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배려심도 가져야지 하면서도 영혼이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인력으로 할 수 없는 것을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면서 될대로 되겠지라는 허탈한 마음들도 없지 않아 있을 것입니다.

누구하나 우리들의 앞날을 아는이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고이후 오늘까지 살아온것이 아닌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어 오는 실정이니 무어라 현명한 말씀은 드릴 수는 없으나 동진군의 현충원안장식을 보면서 또 다른 각오를 가져야 함을 느끼고 오는 날의 시간이었습니다.

많이 모자라 온몸과 영혼을 땅속에 숨겨 두고 말없이 고이 지내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그날의 울분을
생각하며, 또 다른 돋움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미련하고 아둔한 것이 인간이라지만  무지하기에 또 다른 색감을 입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믿음 14-10-28 13:11
답변  
아들의 그 말할 수 없었던 고통이 지금까지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힘이었습니다.
남들이 손가락질 하고 왜 죽었는지 물었을 때 지은죄도 없으면서 선뜻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하는 참담함.
그 억울함이라도 풀어 주어야 아들도 나도 가슴속 맺힌 한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으니...

이제 당당히 말 할 수 있는 명예를 찾았고,
할 수 있다면 아들의 가치도 찾아줄 것입니다.
하필 그것이 돈이라는 것과 연결되어져 보는 눈들이 곱지는 않겠지만 나쁘다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것도 따지고 보면 내 권리중 하나이니까요.
그 천금 같은 아들의 목숨값으로 매겨진 것들 어떻게 쓰느냐가 아들의 명예나 가치를 더 높여주겠지요?

그렇게 하나도 남김없이 해 볼 수 있는것은 다 할것입니다.
그게 자식을 지켜주지 못한 부모가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이 멍청한 사람은 여기고 있으니.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자식일에 옳던 그르던 가만히 지켜보는것 보다는 움직이는게 맞다고 믿으니.

그 다음에 떠나도 늦지 않으니...
     
정재영 14-10-2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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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님~맞는 말씀입니다~!
죄인 14-10-28 23:19
답변 삭제  
처장님 글을 읽어 내려가자니 참 우울해지네요.
죽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사후 남은 가족이 겪을 고통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아들은 그런 결정을 내릴때까지 얼마나 고심하고 괴로움끝에 결정을 내렸을텐데 난 무심히도 그말을 입에 달고 살았네요. 아들이 이런 엄마를 내려보면서 얼마나 한심해 했을까.....
아들한테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책임 14-10-29 00:20
답변 삭제  
우리 아이들 그렇게 쉽게 모든걸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부모들 역시 그랬을 것입니다.
사람이 너무 큰 충격에 빠지면 인지능력이 확실히 저하된다는걸 우리같은 부모들은 모두다 경험했을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갈등과 후회, 미안함, 살고 싶어 몸부림 쳤을까요.
그것만 생각하면 이렇게 숨쉬고 있다는게 미칠지경입니다.
그러니 오로지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 하나로 그렇게 따라갈 수 밖에 없었겠지요.
우리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 생활의 고달픔이나 어려운일이 닥치면 해결하려는 의지보다 떠나려는 마음이 앞서는건 어쩔수 없지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으니 하루에도 몇번씩 그런 충동을 느끼게 되는거지요.
그럼에도 국방부 끄덕도 없습니다, 남의 일인양
죽음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인정하고 명예회복이 바로 이루어졌다면 최소한 2차적 피해인 부모들의 고통과 죽음을 막을수는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도대체 누가 이 책임을 져야하는지 묻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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